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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영화 '결혼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신뢰, 결혼이야기, 대화)

by 장동구 2025. 8. 2.

어쩌면 이 글은 리뷰라기보다는, 아내인 당신에게 진심을 전하고 싶은 고백에 더 가깝습니다. 영화 '결혼 이야기'를 보며 내가 무엇을 놓쳤고, 어떤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는지 조금은 더 깊이 알게 되었기에, 이 감정을 당신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왜 서로를 놓칠 뻔했을까(신뢰)]

요즘 들어 당신의 얼굴을 마주 보는 게 정말 미안하고 때론 고맙기도 해.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까 봐 입을 꾹 다물게 되고, 나 혼자 머릿속으로 ‘당신을 위하는 선택’이라 생각하며 결정해버리곤 했어. 하지만 그것들이 결국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혹은 당신이 마음을 닫은 뒤에야 알게 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더라. 그런 내게 영화 '결혼 이야기’'는 너무나도 뼈아픈 거울이었어. 서로 사랑했기에 시작했고, 너무 사랑했기에 오히려 무너진 한 부부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의 현재와 이상하리만큼 겹쳐졌거든.

 

영화 속 니콜과 찰리는 서로를 이해한다고 믿었지만, 결국에는 ‘대화하지 않는 사랑’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보여줬어. 당신이 왜 화가 났는지 몰랐던 나, 그 이유를 듣기보다는 내 방식대로 배려를 했다고 착각한 나. 그 모든 게 결국 당신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고립을 남겼을까. 이제는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고,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어.

[영화 '결혼 이야기', 사랑했기에 더 아팠던 두 사람(결혼이야기)]

'결혼이야기'는 이혼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불화의 결과로만 보이지 않게 해요. 니콜과 찰리는 분명 서로를 사랑했어요. 그렇지만 그 사랑 안에서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었고, 결국 사랑은 지치고 닳아버렸죠. 영화 속 니콜은 항상 찰리의 그림자 속에서 살았다고 느껴요. 자신의 감정은 후순위가 되어버리고, 찰리의 선택이 곧 ‘우리의 선택’이 되는 현실에 질식해 있었죠. 그런데 찰리는 그게 배려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결정해서 부담을 덜어줬다고 믿었던 거예요. 그 장면이 너무나 내 모습 같았어. 당신도 그랬겠지. 어떤 날은 내가 당신의 감정을 충분히 들어주지 않았고, 어떤 결정들은 내가 ‘우릴 위한 것’이라며 독단적으로 밀어붙였겠지. 그렇게 쌓인 감정은 언젠가 폭발하거나, 조용히 마음을 닫아버리게 되겠지. 니콜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의 대사는 참 섬세했어. 둘이 상담 중에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 서로를 헐뜯으면서도 울고 있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편지를 읽으며 눈물짓는 모습까지. 이별은 끝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애정이 더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못할 때 맞이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걸 알려주더라. 마치 지금 우리의 경계선 같았어.

영화 정보
제목: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장르: 드라마
개봉: 2019년
러닝타임: 137분
수상: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외 다수 수상

영화 '결혼이야기' 포스터

[이해보다 중요한 건, 함께하는 감정의 시간(대화)]

우리가 대화를 피하게 된 건, 어쩌면 서로가 다칠까 봐였을지도 몰라. 나는 내 방식대로 ‘당신을 위한 배려’를 했고, 당신은 내게 상처받을까 봐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멀어졌겠지. 그런데 그 침묵이 결국엔 상처를 더 깊게 만들더라고. 영화 속 니콜은 “나는 당신에게 무언가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이고 싶었어”라고 말해. 그 말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어. 당신도 그렇게 느꼈을까? 내가 하는 선택들이 당신을 ‘하나의 사람’으로 존중하기보다는, 내 판단 안에서만 움직이게 했던 건 아닐까. 찰리가 아들 앞에서 울먹이며 편지를 읽는 마지막 장면. 그 순간 나는 참 많이 울었어. 나도 이제는 당신의 속마음을 듣고 싶고, 내 마음도 거짓 없이 이야기하고 싶어. 대화를 나누는 건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더라고. 그 용기를 이제는 내가 먼저 내야겠다고 생각했어. 앞으로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는 모르겠지만, 난 확실히 알아. 더 이상 ‘내 방식의 배려’가 아닌, ‘당신의 감정과 생각’을 먼저 듣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거야.

[결론: 이별보다 두려운 건, 당신 마음을 몰랐던 내 자신이었어]

'결혼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이별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일지 몰라도, 내게는 지금의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 거울 같은 작품이었어. 당신에게 이별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지금, 나는 내가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어. 그리고 당신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싶어.

영화 속 두 사람처럼, 우리도 함께했던 시간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 나는 그 시간들이 정말 소중했고, 당신과의 하루하루가 의미 있었어. 그 사실만큼은 잊지 말아 줬으면 해. 내가 당신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있었다면, 그건 내가 부족해서지, 당신이 잘못해서가 아니야.

 

이 영화는 나에게 많은 걸 깨닫게 해줬고, 당신과 꼭 다시 대화를 나누고 싶게 만들었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우리 다시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지금 이 리뷰가 당신의 마음에 작은 울림이라도 되었으면 해. 사랑해. 그리고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