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메가박스 재개봉작 영화 ‘여름정원’으로 보는 삶과 죽음에 대한 조용한 성찰(여름정원, 성숙, 관계)

by 장동구 2025. 8. 27.

죽음을 두려움으로만 느껴온 우리에게 영화 '여름정원'은 다른 시선을 제안합니다.

죽음을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계절로 그려내며, "죽음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저 역시 최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이 영화를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죽음이 궁금해지는 순간(여름 정원)]

얼마 전 메가박스에서 오래된 일본 영화 '여름정원'이 리마스터링 되어 재개봉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1994년에 개봉했던 작품이라 제겐 생소했지만,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이상하게도 지금 제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 들어 일이 버겁고 삶이 무겁게 느껴지면서 문득문득 '죽음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떠올랐거든요. 그래서 호기심 반, 우연 반으로 극장에 들어섰습니다.

 

처음엔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화려한 장면 전환이나 자극적인 전개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여름정원'은 담백한 이야기 속에서 제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습니다. 죽음을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닌, 삶의 마지막 계절로 그려내는 시선은 제겐 낯설었지만 동시에 편안했습니다. 죽음을 마주할 때의 태도,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되는 의미가 너무 깊어서 이 영화를 단순히 '죽음에 대한 영화'라고만 정의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리뷰에서는, 제가 영화 속에서 받은 질문과 깨달음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영화 정보
제목: 여름 정원 (Summer Garden)
감독: 모리타 요시미츠
장르: 드라마
개봉: 1993년 (일본)
출연: 오가타 겐, 다케나카 나오토 외
러닝타임: 117분

영화 '여름정원' 포스터

[죽음을 마주하는 태도(성숙)]

영화 속 주인공 노인은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불안이나 절망과는 다릅니다. 그는 삶을 정리하려 허둥대지도 않고, 거창한 유언을 남기지도 않습니다. 대신 매일 정원을 거닐고, 밥을 먹고, 소소한 대화를 이어갑니다. 이 모습은 마치 죽음마저도 일상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이 장면들이 처음엔 불편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게 죽음은 늘 공포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직 할 일이 많은데", "갑자기 사라지면 억울할 거야", "내가 죽으면 우리 와이프랑 부모님은 어떡하지?" 같은 감정들이 떠올랐죠. 하지만 노인의 태도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죽음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건 패배가 아니라 성숙이라는 사실을요. 그의 모습은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럽게 삶을 마무리하는 준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되었고, 그동안 제가 죽음을 '끝'으로만 바라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죽음을 끝이 아닌 '마지막 계절'로 보여주며, 죽음을 살아내는 또 다른 방식이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남은 사람들과의 관계(관계)]

영화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노인을 둘러싼 관계입니다. 가족과 지인들은 처음엔 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불안해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식사하고, 정원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죠. 결국 마지막을 앞둔 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는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저 곁에 머물러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 혼자 감정을 삭이며 살아왔고, 누군가에게 크게 기대는 법을 몰랐습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손길이 어색한 사람이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결국 남는 건 관계라는 사실을요. 주인공이 끝까지 지키고 싶어 한 것은 정원과 사람들, 즉 삶의 흔적과 관계였습니다. 그걸 보며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결국 관계를 준비하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결론: 죽음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여름정원'은 죽음을 거창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대신 "죽음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은 곧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이어집니다. 영화는 화려하지 않지만, 바로 그 담백함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진실을 건네줍니다. 죽음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과정이라는 사실을요.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 죽음이 조금 덜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여전히 두렵지만, 동시에 언젠가 마주할 그 순간을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나의 삶을 어떤 흔적으로 남길지 고민하게 되었죠. 결국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곧 오늘을 더 깊이 사랑하는 일이었습니다. 소소한 식사, 곁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 함께 걷는 시간—이것들이야말로 죽음을 살아내는 힘이자, 동시에 삶의 본질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름정원'은 제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 안에는 삶의 마지막 아름다움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저는 제 안에 이런 질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나는 내 여름 정원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 그 질문은 제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씨앗이 되어 여전히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