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종일 청소를 하다 집에 돌아오니 온몸이 피곤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청소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금세 다시 어질러지고, 먼지가 쌓입니다.
이 끝없는 반복 속에서 “나는 왜 이렇게 같은 일을 반복할까?”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루틴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한 축이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과 그 속에서 찾아야 할 균형에 대해 떠올리다가 문득 생각난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어나더 라운드’입니다. 네 명의 교사가 술을 통해 일상을 깨 보려는 실험을 시작하면서 반복의 의미와 균형의 중요성을 탐구하는 이 영화는, 매일 같은 일을 이어가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루틴은 어떻게 지켜야 하고, 또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 걸까요?
[루틴과 반복의 무게(꾸준함)]
청소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은 누구나 경험합니다. 해도 해도 티가 잘 나지 않고, 잠시 멈추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런 루틴은 때로는 삶을 정돈해 주지만, 동시에 지루함과 피로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 속 주인공들은 바로 그런 지루한 반복 속에 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네 명은 일상에서 활력을 잃고, 권태와 무력감에 갇혀 있습니다. 그들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더 창의적이고 활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이론에 기대어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반복되는 루틴을 깨려는 이 실험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루한 반복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루틴을 지키면서도, 가끔은 그것을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 긴장감이 바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꾸준함을 유지하는 일상은 우리를 안정적으로 만들지만, 동시에 답답함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영화는 꾸준함의 무게를 버티는 일이 때로는 술처럼 극단적인 탈출을 부르기도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영화 정보
제목: 어나더 라운드 (Another Round)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
장르: 드라마
개봉: 2020년
출연: 매즈 미켈슨, 토마스 보 라센, 라스 란데 외
러닝타임: 117분
[반복을 깨려는 실험(어나더 라운드)]
영화의 네 교사는 매일 비슷한 수업과 반복되는 가정생활에 매몰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마치 매일 똑같은 청소를 하는 우리와 닮아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 유지하면 삶이 더 나아진다’는 가설에 도전하면서 작은 변화를 시도합니다. 처음에는 술의 힘으로 자신감이 생기고, 수업이 활기를 띠며, 인간관계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러나 실험은 점점 과감해지고, 위험해집니다. 이 장면들은 루틴을 깨려는 인간의 열망이 얼마나 강력하면서도 동시에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청소라는 반복이 우리를 안정시켜주듯, 반복은 삶의 리듬을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리듬이 너무 강해질 때, 우리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루틴을 깬다는 것은 새로운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균형을 잃을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어나더 라운드’에서 반복을 깨려는 실험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려는 몸부림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 실험이 무너지는 순간, 어나더 라운드라는 제목이 말하는 또 다른 한 판의 삶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합니다.
[루틴과 탈출, 그리고 균형(가능성)]
‘어나더 라운드’는 단순히 술에 관한 영화가 아닙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영화입니다.
네 교사의 실험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삶의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합니다. 이는 곧 루틴을 유지하는 것과 그것을 깨려는 충동 사이의 긴장 관계를 보여줍니다. 청소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은 힘들지만, 사실은 우리를 지켜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반복만으로는 삶이 버거워질 때가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건 완전히 벗어나려는 극단적인 시도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균형을 찾는 일입니다.
영화 속 교사들이 술을 통해 얻으려 했던 것도 사실은 활력과 균형이었습니다. 관객으로서 우리는 그들의 실험을 보며 깨닫습니다. 루틴은 단순히 지루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다루느냐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말입니다.
가능성은 단순한 탈출에서 오는 게 아니라, 반복 속에서 스스로 균형을 찾는 순간에 피어납니다. 영화는 가능성을 쫓는 인간이 반드시 스스로의 한계와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차갑지만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일상의 리듬을 찾아서]
청소처럼 반복되는 일은 끝이 없고, 때로는 피곤함만 남깁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틀이기도 합니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그런 루틴의 지루함과 탈출 욕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주인공들의 실험은 극단적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단순합니다. 루틴을 무시할 수도, 완전히 버릴 수도 없습니다. 대신 그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복되는 삶은 끝없는 청소와도 같지만, 그 안에서 작은 즐거움과 활력을 발견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는 결국 우리에게 말합니다. 탈출은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균형과 자기만의 리듬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