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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함께 아픈 삶을 견디는 용기 (우울증, 부부애, 공감)

by 장동구 2025. 5. 30.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포스터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는 일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휴먼 드라마로,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마주한 부부의 일상을 담담하면서도 진심 어린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병의 투병기를 넘어, 함께 아프고 함께 살아내는 삶의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낮은 현실에서, 이 영화는 우울증을 ‘함께 겪는’ 병으로 조명하며, 그 안에 깃든 연대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아픈 마음은 감추지 말아야 할 이유(우울증)]

영화의 시작은 너무도 일상적인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츠레는 어느 날 출근을 거부하게 되고, 이유 없이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듭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감이나 슬럼프 정도로 여겼지만, 점점 감정의 기복과 자기혐오,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 드러나는 츠레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우울증’이라는 질환의 무게를 담담하게 드러냅니다.

 

우울증은 단지 우울한 기분이나 일시적인 슬픔이 아닙니다.

 

츠레의 상태는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의 단절과 기능 저하를 포함하며, 영화는 이를 시각적으로도 적절하게 표현합니다.

 

밝은 톤의 화면이 점점 어두워지고, 츠레의 말수가 줄어드는 방식으로 관객은 그의 내부로 조용히 침잠하는 감정을 체험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정신질환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간과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주인공의 남편이자 영화의 화자인 ‘하루코’는 츠레의 이상 행동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진단 이후, 하루코는 우울증이 ‘함께 견뎌야 할 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고, 이는 영화 전반의 정서적 흐름을 이끄는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사랑은 해결이 아니라 존재 자체(부부애)]

영화의 중심에는 츠레와 하루코, 이 두 사람의 관계가 놓여 있습니다.

 

하루코는 자신도 정신적 고통에 지쳐가면서도 츠레 곁을 지킵니다. “밥은 먹었어?”, “같이 잠깐 산책할래?” 같은 일상적인 말들이 위로가 되는 과정을 영화는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병을 치료하려는 해결 중심의 접근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의 위로’를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츠레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 하루코는 무언가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만히 곁에 있어주고, 필요 없는 위로나 충고를 하지 않습니다.

 

이 부부의 모습은 많은 관객에게 ‘함께 있는 것’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한, 하루코는 회사 일을 내려놓고 츠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갑니다.

가족의 병에 삶의 리듬을 맞춘다는 것은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하지만, 그 안에서 관계의 밀도가 높아지고, 서로를 향한 이해가 깊어집니다.

 

영화는 단지 ‘사랑한다’는 말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기다림을 통해 드러나는 진짜 부부애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가장 인간적인 공감은 ‘내가 겪어보지 못했지만 옆에 있겠다’는 말(공감)]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감을 촉구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우울증은 여전히 오해와 편견에 둘러싸여 있고, 당사자는 ‘나약하다’, ‘의지가 없다’는 잘못된 시선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시선을 정면에서 반박합니다.

특히 직장 상사나 주변 지인들의 대사는, 무심한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상처가 오가는지를 보여줍니다.

 

반대로, 병을 겪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려는 사람들의 태도도 묘사되어 ‘공감의 층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영화 후반부, 츠레는 조금씩 자신을 회복하기 시작합니다. 완전히 나아진 것이 아니라, 병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세워가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하루코의 시선은 판단이나 기대가 아니라, ‘함께 있음’의 지속 그 자체입니다.

 

가장 인간적인 공감은 ‘같은 경험을 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다르더라도 지켜봐 주겠다’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영화는 분명하게 전합니다.

[결론: 조용히 서로를 안아주는 시간]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는 위대한 드라마도, 특별한 반전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아픔을 마주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조용히 알려줍니다.

 

정신적 고통이 일상이 된 시대에,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는 그 자체로 가장 큰 위로가 됩니다.

 

지금, 당신 곁에도 아픈 마음을 안고 버티는 누군가가 있을지 모릅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의 고통을 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