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빠른 속도, 실시간 피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우리는 ‘글쓰기’마저 소비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글은 짧아졌고, 빨라졌고, 자극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글쓰기란 본래 그러한 것이었을까요?
최근 다시 보게 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이러한 시대적 질문에 매우 사적인, 그러나 보편적인 방식으로 응답합니다. 느리게 살아내고, 조용히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음미하는 것. 이 영화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있어, 삶과 글의 본질적 연결고리를 조용히 드러내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요즘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알려주는 느림의 미학, 일상의 관찰, 그리고 사적인 기록의 의미에 대해 탐색해보겠습니다.
[빠른 시대, 글쓰기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느림)]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글을 읽고 있습니다. 스크롤 한 번에 수십 개의 글이 지나가고, 피드에는 쉴 틈 없이 누군가의 일상, 뉴스, 유행, 트렌드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 많은 글 가운데 기억에 남는 문장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읽은 것과 쓰는 것이 과연 ‘나’를 남기고 있을까요?
요즘의 글쓰기는 실시간 반응을 요구하고, 길어서는 안 되고, 주제는 명확하고 자극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글쓰기에는 사유가 빠져 있고, 감정은 흩어지며, 나 자신은 사라져갑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진짜 글쓰기는 무엇이며, 글을 쓴다는 건 결국 어떤 의미를 지니는 일일까? 이러한 고민은 단지 문장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 힌트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에 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느린 삶이 보여주는 글쓰기의 조건(기록)]
리틀 포레스트는 요리 영화도, 귀농 영화도 아닙니다.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기록의 영화'이며, ‘글쓰기의 태도’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도시에서의 삶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 혜원은 매일 밥을 짓고, 계절을 살피고, 자신의 감정을 조용히 정리해나갑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내기 위한 삶입니다.
그녀가 들판을 걷고, 땅을 갈고, 국을 끓이는 그 모든 장면은 사실 ‘글쓰기’의 행위와 매우 유사합니다.
관찰하기: 오늘은 햇빛이 강하네, 배추가 얼어붙지 않았네
기억하기: 엄마는 이럴 때 이 재료를 썼지
기록하기: 조용히 한 끼를 마주하며 나의 감정을 돌아보는 순간들
이 모든 과정은 실제 펜을 들지 않더라도, 내면에서의 글쓰기를 가능하게 합니다. 정보가 아닌 감각을, 생산이 아닌 존재를 기록하는 방식. 혜원의 삶은 그래서 느리지만 깊고, 작지만 단단합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결국 잘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잘 살아낸 사람입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그 질문은 곧, “어떤 글을 쓰고 있나요?”와 같습니다.
[나를 기록한다는 것, 삶을 다시 살아낸다는 것(글쓰기)]
요즘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작 무엇을 쓸지 모르겠다고도 합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자신의 삶을 깊게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은 특별한 사건이 없지만, 하루하루를 정성스럽게 살아냅니다. 그리고 그 삶은 그 자체로 ‘기록될 만한 가치’를 갖게 됩니다. 밥을 짓는 시간, 손으로 김을 자르는 일상, 설거지를 마치고 차를 마시는 시간. 이 모든 순간은 멈춰야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억은 흐리지만, 기억을 들여다보는 시선은 선명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곧 글쓰기입니다. 정확한 표현보다는 진심이, 멋진 문장보다는 느림이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중요한 건,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잘 보기 위해 쓰는 것입니다.
[결론: 삶이 먼저고, 글은 그 흔적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조용하게 그러나 강하게 말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삶을 천천히 살아보세요.”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기록을 잃고, 나를 잃고, 느림의 가치를 놓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글쓰기란 내가 살아낸 하루를 천천히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살아내는 작업입니다. 삶의 결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감정을 온전히 느끼며,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찾는 것. 그 모든 과정이 곧 ‘글쓰기’의 시작이 됩니다.
오늘 당신이 쓴 한 문장이, 결국 당신이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진실한 증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문장이,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느림의 미학’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