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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로 보는 말과 행동으로 꺾이지 않은 자유의 이름(박열, 독립,가네코 후미코)

by 장동구 2025. 8. 14.

광복절을 맞아, 영화 '박열'을 다시 꺼내어 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청년과, 그 곁에서 굳건히 버틴 한 여인의 언어와 행동. 그들의 이야기는 100년 전 법정에서 시작됐지만, 그 울림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자유를 말할 것인가.’

[꺾이지 않는 말, 지워지지 않는 이름(박열)]

내일은 광복절입니다. 광복절이 오면,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유독 시선이 멈추는 한 이름이 있습니다. 박열.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부에서 총칼이 아닌, 말과 선언으로 정면 승부를 펼친 청년. 그는 폭탄보다 강한 언어로 일본 법정을 흔들었고, 스스로 사형을 요구하며 자신의 신념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영화 '박열'은 그 대담한 23세 청년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의 결기와 인간적인 따뜻함을 오가며 풀어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독립운동가 전기 영화가 아닙니다. 법정 드라마이자, 사상과 신념의 격돌을 다룬 정치 스릴러이자, 두 사람의 사랑과 연대의 기록입니다. 특히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보여주는 ‘동지적 사랑’은 오늘날에도 신선하고 낯설 만큼 강렬합니다. 목숨을 내놓을 각오와 웃음을 잃지 않는 태도, 그리고 권력 앞에서 절대 허리를 굽히지 않는 자세. 영화는 그 모든 순간을 과장 없이, 그러나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광복절에 '박열'을 본다는 건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를 눈과 귀, 심장으로 다시 확인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와 표정은, 광복 80년이 가까워진 오늘에도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자유를 지킬 것인가.’

영화 정보
제목: 박열 (Anarchist from Colony)
감독: 이준익
장르: 드라마, 역사
개봉: 2017년
출연: 이제훈, 최희서 외
러닝타임: 129분

영화 '박열' 포스터

[법정 한가운데 선 23세 청년, ‘언어’로 맞선 독립(독립)]

재판정. 모든 시선은 피고석의 한 청년에게 쏠려 있습니다. 일본 제국의 법정에서, 피고는 당당하게 일본 천황을 조롱하고, 식민지 백성의 분노를 세계 앞에 폭로합니다. 박열은 ‘의열단 사건’의 주모자로 몰렸고,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변호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판 과정을 무대 삼아 일본의 부당함을 낱낱이 드러내고, 자신이 왜 일본의 심장부에서 독립운동을 벌였는지를 논리적으로 설파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 박열이 단순한 반항아가 아니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는 언어를 무기로 삼았습니다. 총이나 폭탄은 물리적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언어는 체제의 정당성을 무너뜨립니다. ‘우리는 너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그는 매 순간 행동과 말로 증명했습니다. 영화 속 이제훈의 연기는 이 ‘언어의 힘’을 완벽히 구현합니다. 웃으며 날리는 도발적인 대사, 상대방의 기를 꺾는 유머, 그리고 때로는 번뜩이는 침묵. 모든 것이 전략이자 무기입니다.

 

광복절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총칼만이 독립을 가져온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잊기 쉽습니다. 사상과 언어, 연대와 문화 역시 제국의 압박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수단이었습니다. 박열의 재판은 단순히 개인의 생존 싸움이 아니라, ‘제국의 심장부에서 벌어진 사상전’이었습니다. 그는 법정의 구조를 역이용해, 일본 언론과 세계 언론에 자신의 메시지를 흘려보냈고, 그 결과 그의 목소리는 국경을 넘어 울려 퍼졌습니다.

[가네코 후미코와의 연대, 사랑과 신념의 경계(가네코 후미코)]

영화 '박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축은 가네코 후미코입니다. 일본인임에도 제국주의를 거부하고, 조선의 독립과 피억압민의 자유를 위해 싸운 여성. 그는 박열과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한 번도 두려움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판정에서 웃음을 잃지 않았고, 박열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들의 관계는 ‘연인’을 넘어선 ‘동지’로 그려집니다.

 

후미코의 존재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닙니다. 그녀는 박열에게 도전도 하고, 그의 사상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는 곧 ‘신념을 나눈다는 것’이 서로를 비판 없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진정한 동지는 서로를 성장시키고, 때로는 부딪히며 신념을 단단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영화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대화와 눈빛은, 개인적 감정과 정치적 신념이 결코 분리되지 않음을 증명합니다.

 

특히 후미코가 “우린 같이 죽자”라고 말하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그 한 마디에, 자유를 위해 죽음을 선택할 각오와, 함께라면 두렵지 않다는 확신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폭력과 억압이 일상인 시대에서, 이런 연대는 그 자체로 혁명입니다. 오늘의 광복절에 이 장면을 다시 보는 건, 우리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서로의 자유를 지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결론: 오늘, 우리는 어떤 자유를 말할 것인가]

'박열'은 100년 전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자유를 지킨다는 건 무엇인가’, ‘권력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박열과 후미코는 목숨보다 신념을 우위에 두었고, 그 신념을 말과 행동으로 지켰습니다. 그들의 웃음과 분노, 침묵과 선언은 오늘 우리의 자리에서도 적용됩니다.

 

광복절은 단지 국경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년 이 날을 기억하는 건, 과거를 기념하기 위함만이 아니라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박열이 법정에서 했던 말들, 후미코가 남긴 선언들은 ‘역사적 기록’이자 ‘미래를 위한 언어’입니다. 오늘, 우리가 SNS에 쓰는 한 줄, 회의에서 내뱉는 한 마디, 길 위에서 건네는 한 문장이 누군가의 자유를 지킬 수도 있습니다.

 

'박열'을 본 후, 우리는 더 이상 ‘그 시대 사람들이 위대했다’는 말만으로 끝낼 수 없습니다. 그들의 언어와 행동이 현재의 우리에게 요구하는 건, 각자의 자리에서 말할 것, 행동할 것, 그리고 연대할 것입니다. 광복절에 이 영화를 본다면, 아마 당신도 마음속에서 조용히 대답하게 될 겁니다. ‘나는 어떤 자유를 지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