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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실제 사건과 영화 비교 (고문치사, 은폐시도, 검찰 저항)

by 장동구 2025. 5. 14.

 

영화 '1987' 포스터

1987년, 한 대학생의 죽음은 단순한 고문치사를 넘어 체제를 유지하던 권력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영화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그것을 덮으려 한 정권의 은폐 시도와 내부에서 그 진실을 드러내려는 검찰의 저항, 그리고 결국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목소리까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충실하게 따라갑니다.

 

본 글에서는 '박종철의 죽음'이라는 출발점에서 권력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동원했는지, 또 그 거대한 벽을 깨기 위해 어떤 이들이 움직였는지, 그리고 영화가 이를 얼마나 사실적으로, 어떻게 드라마로 구현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비교 분석합니다.

 

실화와 영화 사이의 교차점에서 우리는 진실이 어떻게 권력을 무너뜨리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박종철의 죽음과 그날의 진실(고문치사)]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합니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식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물고문에 의한 질식사였습니다.

 

고문 당시 박종철은 이미 피의자조차 아니었고, 친구의 행방을 묻는 데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적인 고문이 자행되었습니다.

 

영화는 이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지만, 박종철이 쓰러지고 긴박하게 구급차가 오며, 담당 의사가 ‘이미 죽었다’고 말하는 순간까지의 절차를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또한 경찰 내부의 당황한 반응, 시신을 처리하려는 움직임 등이 긴박하게 이어집니다.

 

이는 사건이 단순한 고문 과실이 아닌, 권력에 의해 보호받는 구조적 폭력의 결과였다는 점을 부각합니다. 실제로 박종철의 시신은 부검 없이 바로 화장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유족에게는 아무 설명도 없이 영안실로 안내되었으며, 정부는 초기에 사건 자체를 축소하려 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부분을 누락 없이 보여주며, 고문의 본질이 단지 폭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권력의 ‘합법화된 야만’이었다는 메시지를 담아냅니다.

[조직적인 조작과 권력의 논리(은폐 시도)]

박종철의 사망 이후 경찰과 안기부, 청와대까지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박종철의 부친이 ‘화장에 동의했다’는 위조문서를 만들어 시신을 바로 처리하려 했고, 치안본부와 안기부는 사건을 은폐하고 진압을 위한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간첩 연계’라는 전형적인 프레임을 씌우려 합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은폐의 비인간성과 체계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박처원이 요정에서 양주를 마시며 ‘김정남을 미끼로 정치인을 제거하겠다’는 장면, 검찰에 화장 동의서를 들고 와 도장을 요구하는 공안경찰의 모습, 그리고 기자회견에서 ‘탁 치니 억’이라는 말을 무표정하게 읊는 장면은 당시 권력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실제 사건에서도 경찰은 박종철의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로 조작했고, 진실을 알고 있던 의료진과 기자들을 압박했습니다.

 

영화는 그들의 침묵과 갈등, 흔들림을 섬세하게 다루며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는 단지 위에서의 명령이 아니라, 밑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따랐는가까지 통찰합니다. 이런 묘사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구조의 문제를 짚고 있습니다.

[진실을 지켜낸 작은 균열(검찰 저항)]

사건의 전환점은 검찰, 특히 최환 검사(실존인물: 최환)가 경찰의 무리한 은폐 시도를 저지하고, 부검을 강행한 데 있습니다.

 

그는 경찰이 들고 온 서류를 거절하고, 시신보존명령을 내리며 수사권을 행사했습니다. 영화에서 이 장면은 극적인 대사와 함께 묘사되며 관객에게 큰 인상을 남깁니다.

 

“수사지휘권이 누구한테 있는지 확인해 봐”라는 말은 법의 논리로 권력의 논리를 꺾는 상징적인 순간이 됩니다.

 

실제 최환 검사는 수많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시신 부검을 밀어붙였으며, 이후 언론과 유족, 의료진의 양심적 증언들이 이어지면서 사건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영화는 그 흐름을 그대로 따르되, 과도한 미화 없이, 고뇌하는 공무원, 냉소적인 언론인, 위기의 유가족 등 다양한 관점의 갈등을 교차시키며 전달합니다.

 

결국 이 검찰의 균열이 ‘보도’라는 외부 세계로 연결되고, 그것이 다시 시민의 분노로 확산되면서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됩니다. 이 모든 흐름은 실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영화는 이를 리듬감 있게 재현해 냅니다.

 

특히 부검 직후 박종철의 삼촌이 외치는 “경찰이 죽였습니다!”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실제 발언으로, 극적 연출이 아닌 역사적 재구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 : 진실은 말없이 버티는 사람들로부터 시작한다.]

영화 '1987'은 한 사람의 죽음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사회 전체를 흔들고, 결국 역사를 바꾸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 변화는 거창한 명분이나 이념이 아니라, 작은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은 사람들, 진실을 말한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실화와 영화의 비교를 통해 우리는 역사란 기록이 아니라, 선택과 책임의 결과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지금 우리의 자리는 그때의 누군가의 자리일 수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는 대신,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아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