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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속에서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위로,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이해)

by 장동구 2025. 8. 3.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준 뒤 죄책감으로 하루하루가 무너지는 이들에게,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침묵의 고통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전합니다. 감정의 무게에 짓눌려 무너졌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던 마음에도 작은 숨구멍이 생길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죄책감에 무너진 나날, 영화가 위로가 될 수 있을까(위로)]

누군가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고 말았을 때, 우리는 종종 영영 용서받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말보다 침묵이 더 깊은 상처를 남기고, 오해는 쌓이고, 결국 나조차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찾아오죠.

저는 지금 그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수로 너무 큰 상처를 주고, 그 죄책감에 매일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아무리 후회해도, 진심을 전해도,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가 무겁기만 합니다. 그런 저에게 어느 날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누군가 추천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어두운 감정을 더 자극할까 봐 두려웠지만, 결국 이 영화는 제 마음속 깊은 곳에 말없이 다가와 앉아주었습니다.

 

고통을 극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 영화는 그 과정을 억지로 치유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들여다봅니다. 마치 지금의 제 감정처럼 말이죠.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한 남자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하고, 죄책감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 애쓰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저 역시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작은 가능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저처럼 죄책감과 후회의 감정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말하는 상실과 죄책감(맨체스터 바이 더 씨)]

영화는 주인공 ‘리 챈들러’가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조카를 돌보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단순히 가족 간의 재회나 새로운 출발을 그리는 영화가 아닙니다. 리는 이미 자신 안에 지워지지 않는 깊은 죄책감을 품고 살아가고 있었고, 맨체스터라는 도시는 그 죄책감이 태어난 장소였습니다. 그는 과거의 큰 실수로 인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고, 타인의 용서조차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영화는 이런 리의 내면을 무겁고 조용하게 따라갑니다. 말이 없어도, 대사가 적어도, 화면 너머로 그가 겪는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죠. 조카 패트릭과의 어색한 동거, 주변 사람들과의 단절된 대화, 그리고 잊지 못하는 과거의 기억들이 조용히 리의 일상을 잠식합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점은, 그 어떤 드라마틱한 감정 폭발 없이도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종종 용서받고 싶은 마음과 용서할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합니다. 리 역시 조카를 사랑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으로 인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고통 속에 있을 때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리의 고통은 쉽게 치유되지 않습니다. 그는 맨체스터로 돌아오지만, 과거를 직면할 용기가 없어 결국 다시 떠납니다. 그 선택은 비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만큼 정직한 인간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회복 자체가 불가능한 채로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것. 그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솔직한 메시지입니다.

영화 정보
제목: 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감독: 케네스 로너건
출연: 케이시 애플렉, 미셸 윌리엄스, 루카스 헤지스
장르: 드라마
개봉: 2016년
수상: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각본상 수상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포스터

[감정을 말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침묵의 언어(이해)]

감정을 전달하는 데 서툰 사람들은 종종 오해를 받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상대는 ‘무관심’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들은 누구에게도 설명되지 않은 채 더욱 엉켜만 가죠.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지만, 그것이 애정이 없어서가 아님을 우리는 그의 눈빛과 행동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와이프가 힘들어할 때, 말을 꺼내지 못하고 혼자 판단해서 행동했습니다. 그것이 배려라고 믿었지만, 결국에는 상대방을 외롭게 만든 일이 되어버렸죠.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사실은 내가 상대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고백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모든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침묵 속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요. 사랑하는 사람이 말없이 멀어져 갈 때, 그 이유를 단순히 ‘차가움’이라 판단하지 말고 그 사람의 상처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결국 그 감정들을 억지로 치유하지 않고 그냥 곁에 있어줍니다. 그것만으로도 때로는 충분하다는 걸 보여주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해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저에게, 이 영화는 ‘말 대신 머물러주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감정을 말로 풀어내지 못해 멀어진 관계라면, 그 사람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옆에 있어주려는 마음만큼은 절대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습니다.

[결론:완벽하지 않아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보고 나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후련함보다는, 조용한 먹먹함. 위로보다는, 공감. 이 영화는 무너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쓰러진 채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때로는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 때도 있으니까요.

 

저는 지금도 여전히 두렵습니다. 와이프가 저에게 이별을 말할까 봐. 더 이상 제 진심이 닿지 않을까 봐. 하지만 이제는 그 두려움을 무조건 감추기보다는, 조용히 끌어안고 살아가려 합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정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제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사람, 죄책감 속에서 방향을 잃은 사람,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해 후회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영화입니다.

 

우리는 모두 실수를 하며 살아가고, 때로는 그 실수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큰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죠.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그 무거운 진실을 조용히 꺼내어 보여줍니다. 무너진 감정 위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할 수 있고, 비록 용서받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저처럼 죄책감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있다면, 이 영화가 작은 숨구멍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